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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개인전 전시서문

이른 이름

김소현  

     모든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은 조금은 이르게 닿아 나의 마음을 다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이름이 되었다. 항상 시간과 마음의 속도는 서로 다른 빠르기로 이르게 다다라 아쉬운 이름을 들었다. 생김새는 같지만 다른 뜻을 가진 단어가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재미는, 상상하기를 즐겨 하는 나에게 이상적인 이름이 된다. 이르게 싫었던 것이 좋아지기도 하고 느리게 좋았던 것이 싫어지기도 한다.

 

     세상은 다양한 빛깔을 가진다. 한참을 바라다보면 어느 날 밤 꿈에 나타나기도 하고 어느새 나의 그림 속에 이르기도 한다. 나의 생각 속에 이르러 그림으로 이름 지어지기도 하고 이르게 떠올라 둥둥 떠다니다가 사라져 아쉬운 날도 있다. 형태 없는 그림은 다양한 색과 형태로 저마다 여러 이름으로 불러질 수 있다. 이름은 이르게 닿아 지어진 이름일 뿐이니 이른 이름은 잠시 두고 떠오르는 풍경 속에서 멍하니 편안함에 이르면 아쉽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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